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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처리공학

지하수 오염 정화에 쓰이는 특수 폐수처리공정

지하수 오염의 복잡성과 특수 정화 공정의 필요성

지하수는 땅속에 스며든 빗물이나 하천수가 지층을 통과하면서 자연 정화된 물이지만, 오염되면 회복이 가장 어려운 수자원이 된다. 지하수 오염은 누출, 유출, 불법 폐기물 매립, 농약 침투, 중금속 잔류 등 다양한 복합 원인으로 발생하며, 지표수 오염보다 파급력이 길고 심각하다. 오염된 지하수는 단순한 표면적 정화 기술로는 개선되지 않으며, 오염의 위치와 물리화학적 특성에 따라 맞춤형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폐수처리공정은 주로 하수 및 산업폐수에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지하수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하수는 유속이 매우 느리고, 불균일한 토양 구조와 지질학적 층위에 따라 오염물의 이동 경로와 농도가 복잡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하수 정화에는 동적이 아닌 정적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특수한 폐수처리공정이 요구된다. 또한 물리적 차단, 화학적 분해, 생물학적 정화가 동시에 적용되는 융합형 시스템이 핵심이 된다.

지하수 오염을 정화하려면, 오염원의 제거뿐 아니라 오염물의 확산을 저지하고, 장기적 안정화를 위한 처리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고심도에 위치한 유류오염, 난분해성 화합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같은 독성물질은 물리적 회수도 어렵고 생물학적 분해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하수처리 기술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지하수는 ‘정화’보다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특별한 매체다.

지하수 오염 정화에 쓰이는 특수 폐수처리공정

 생분해를 촉진하는 고정상 반응 시스템(ISCR)의 활용

지하수 오염 정화에  잘 적용되는 특수공정 중 하나는 고정상 생물반응기 기반 ISCR(In Situ Chemical Reduction) 시스템이다. 이는 지하수 내에 생분해를 유도하는 고정 매질을 삽입하고, 그 안에서 화학적 환원과 미생물 대사를 동시에 유도하는 융합형 공정이다. 토양에 고체 상태의 환원제(예: 제로가 철, 탄소 기반 매질)를 주입하면, 오염물은 물리적으로 흡착된 후 화학적 분해와 생물학적 분해를 동시에 겪게 된다.

ISCR은 지하수 중 크로뮴(Ⅵ),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다염소화탄화수소와 같은 난분해성 오염물질에 특히 효과적이다. 제로가철은 오염물의 전자수용체 역할을 하며 환원 반응을 유도하고, 동시에 철 주변에 형성되는 미세 혐기성 환경은 혐기성 탈염소 미생물의 활성을 높인다. 이로써 생물학적 분해가 물리화학적 처리의 한계를 보완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오염물 분해를 유도한다.

ISCR 시스템은 일반 폐수처리 플랜트와 달리, 현장 내에 고정된 상태로 설치되며 유지관리 주기가 길고, 별도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지하수 오염에 매우 적합하다. 매질은 수십 년간 유지될 수 있으며, 지하수 유동 방향과 속도를 고려해 설치된 후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오염 제거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정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이고 무동력으로 작동하는 구조는 지하수 환경과 높은 적합성을 갖는다.

지하수의 회복을 위한 생물전기화학적 정화공정(BES)의 도입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특수 폐수처리 기술은 **생물전기화학적 시스템(Bioelectrochemical System, BES)**이다. 이 기술은 전극을 매개로 미생물의 전자전달 과정을 제어하여 오염물의 산화 또는 환원을 유도하는 신개념 정화 공정이다. BES는 전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거나, 아주 소량의 외부 전류로 생물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 정화에 적합한 저에너지 기술로 간주된다.

BES의 핵심은 전기화학적 전극과 미생물 군집이 결합된 반응 메커니즘이다. 산화 전극은 전자를 흡수하며 유기물이나 중금속 환원을 유도하고, 환원 전극은 전자를 공급하여 혐기성 분해를 촉진한다. 이는 특히 비소, 질산염, 아질산염, 중금속 등 다양한 오염물 제거에 효과를 나타내며, 생물전기화학적으로 에너지까지 회수 가능한 이점도 존재한다.

지하수 오염 현장에서는 BES가 보어홀 또는 수직정에 삽입 가능한 전극 매트릭스를 형성하여 지층 속에서 직접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때 전극은 미세 다공성 구조로 설계되어 지하수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며, 생물막이 형성되면 자체적으로 오염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BES는 유지보수가 적고,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하며, 오염물질 농도에 따라 반응 조건을 자동 조절할 수 있어 매우 스마트한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아직 전면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나, 특정 지하수 오염 정화에 있어서는 전통적 펌핑·트리트(P&T) 방식보다 운영비가 70% 이상 낮고 정화율이 더 높다는 시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BES는 향후 지하수 오염 처리의 핵심 솔루션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며, 폐수처리공학의 새로운 전기를 열고 있다.

복합 오염 정화의 통합 공정 설계 전략

지하수는 단일 오염물보다 복합 오염(Commingled Contamination)이 더 일반적이므로, 하나의 공정만으로 완전한 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최신 정화 전략은 여러 공정을 통합하거나 시퀀스 방식으로 조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단계별 다중처리 공정(Multi-Barrier Remediation Approach)’이라고 부른다.

이 통합 공정은 보통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에서는 물리화학적 차단 및 환원, 예를 들어 ISCR이나 제올라이트 차단벽을 설치하여 오염의 확산을 막는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생물학적 분해 공정을 통해 유기물이나 이온성 오염물의 분해를 유도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생물전기화학 공정 또는 정밀 산화기술(AOP)을 활용하여 잔류물 제거를 실시한다. 이처럼 순차적으로 처리되는 다중 공정은 지하수 내 이질적인 오염물 특성에 대응하는 유연한 구조를 제공한다.

또한 이들 통합 공정은 설치 및 운영 방식에서도 차별화된 설계가 필요하다. 지하수의 흐름 방향, 지하 지질 조건, 오염물 이동 경로, 지하수위 변화 등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여 '동적 유동 해석 기반 설계(Dynamic Hydrogeologic Modeling)'를 먼저 수행해야 한다. 이후 공정별 반응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거리, 농도 구배, 반응시간을 계산하여 설계에 반영한다.

궁극적으로, 지하수 정화는 특정 기술의 선택보다 ‘지속 가능한 복원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전략 설계가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같은 오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하 환경을 안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폐수처리공정이 지표면의 수처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보이지 않는 지하의 생태계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