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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처리공학

수처리 부산물의 에너지 전환 가능성: 바이오가스 활용

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에너지화 필요성

도시화가 확산되고 수질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공공하수처리시설과 산업폐수처리시설의 운영은 점차 복합화되고 있습니다. 폐수는 물 자체만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산물을 동반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슬러지, 슬러지 탈수액, 부상지방, 스크린 잔재물, 여과케이크 등이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유기물 함량이 높고 분해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부산물을 단순히 폐기하거나 외부 위탁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입니다. 수처리 부산물, 특히 슬러지는 미생물 분해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혐기성 조건에서 가스 형태의 에너지원으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바이오가스는 주로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로 구성되어 있으며, 열이나 전기 에너지로의 변환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수처리 부산물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연료 대체를 넘어서, 시설의 에너지 자립률 향상, 운영비용 절감, 온실가스 감축, 자원순환 달성이라는 다층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혐기성 소화 공정을 통한 바이오가스 생산 메커니즘

바이오가스는 혐기성 소화(anaerobic digestion)라는 미생물 기반의 생물학적 분해 공정을 통해 생성됩니다. 이 공정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일련의 미생물군이 유기물을 단계적으로 분해하여 메탄가스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총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는 가수분해 단계로, 고분자 유기물이 단당류나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됩니다. 두 번째는 산생 단계에서 이 물질들이 유기산, 수소, 이산화탄소로 전환되고, 세 번째는 아세트산 생성 단계, 마지막으로 메탄 생성 미생물군이 작동하는 메탄 생성 단계로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은 서로 다른 미생물이 협력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온도, pH, 체류시간, 유기물 부하율 등이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특히 폐수처리 슬러지의 경우, 분해율이 높은 유기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바이오가스 생산에 매우 적합합니다. 고온소화(55℃) 또는 중온소화(35℃) 방식이 선택되며, 온도 조건에 따라 반응속도와 메탄 생성량이 달라집니다. 통상적으로 1톤의 농축 슬러지를 소화하면 20~30㎥의 바이오가스가 발생하며, 이 가스는 발전용 내연기관, 보일러, 열병합 발전기(CHP)에 투입되어 전기 또는 열로 전환됩니다. 이처럼 혐기성 소화는 단순한 처리공정을 넘어, 에너지 생산의 주체 기술로 간주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점차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바이오가스 활용 기술과 에너지 전환 시스템 구성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후처리 및 변환 공정이 필요합니다. 바이오가스는 원료 상태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메탄 이외의 성분(예: 황화수소, 수분, 이산화탄소 등)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가스의 발열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설비 수명을 연장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활용 기술은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보일러 연소를 통한 열 생산입니다. 이 방식은 시설 내 난방, 슬러지 건조, 온수 공급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가장 간단한 에너지화 방식입니다. 둘째, 가스엔진 또는 마이크로 터빈을 이용한 전기 생산입니다. 이는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여 발전기를 돌리고, 그 전기를 자가소비하거나 외부 판매하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셋째는 열병합발전 시스템(CHP)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여 에너지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은 에너지 손실이 적고, 처리시설의 에너지 자립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고도 정제를 통해 메탄 순도를 97%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도시가스와 동일한 수준의 바이오메탄을 만들어 가스 배관망에 주입하거나 차량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순도 바이오가스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도 파일럿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탄소 중립 목표가 강화될수록 이러한 고부가가치 바이오가스 활용 방식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처리 부산물의 에너지 전환 가능성: 바이오가스 활용

바이오가스 기반 에너지화의 한계, 극복 방향, 그리고 미래 전략

바이오가스 기술은 매우 유망한 에너지화 수단이지만, 운영 측면에서 몇 가지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합니다. 첫째, 슬러지의 성상 변화에 따라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 미생물 반응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소화조 내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추가적인 모니터링 및 제어 기술이 필요합니다. 셋째,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높고, 회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도 중소규모 처리시설의 도입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기술적 전략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슬러지 처리 기술(초음파, 열가수분해, 고압 분해 등)을 도입하여 분해 효율을 높이거나,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분뇨와의 공동 소화(Co-digestion)를 통해 유기물 농도를 높이면 가스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센서 기반의 실시간 제어 기술을 통해 반응 조건을 안정화하고, 바이오가스 수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소화조 운영 예측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어, 기술적 안정성과 자동화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수처리 부산물의 바이오가스 활용은 단순한 처리 효율 향상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립과 자원순환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전환점에서 이 기술은 하수처리시설을 ‘에너지 소비처’에서 ‘에너지 생산거점’으로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향후에는 지역 열 공급망, 스마트 시티 인프라, 수소 생산 기초 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도 기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