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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처리공학

생활하수의 주요 오염물질과 정화 기술

생활하수의 주요 오염물질: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 속 환경 위협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은 설거지, 세탁, 목욕, 화장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활하수라는 이름으로 환경 속으로 되돌아간다. 겉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생활하수는 실질적으로 다양한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특히 정화되지 않고 그대로 방류될 경우, 수질오염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생활하수의 주요 오염물질로는 우선 유기물질을 들 수 있다. 이는 음식물 찌꺼기, 인체 배설물, 세제 성분 등에서 유래하며, 수중의 산소를 빠르게 소비해 수중 생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준다. 다음으로는 **질소(N)와 인(P)**이 주된 오염 성분이다. 이들은 하수 속 세제나 분뇨에서 주로 기인하며, 호소나 하천에서의 부영양화 현상을 유발해 조류 번식을 가속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나 화장품 성분에 포함된 합성 계면활성제, 미세플라스틱, 의약품 잔류물도 점점 중요한 생활하수 오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정화 시설로는 완전히 제거되기 어려워, 2차 오염 또는 생물 농축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이러한 오염물질이 일상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출된다는 점이다. 생활하수는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낮고 처리 부담은 매우 높은 이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정밀한 관리와 인식 개선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생활하수의 주요 오염물질과 정화 기술

 

1차 정화 기술의 한계와 현실: 물리적 처리의 중요성과 한계점

 

처리의 첫 단계는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1차 정화 기술이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스크린, 침전조, 유량조절조 등을 활용하여 큰 고형물질과 부유물질(SS)을 제거하게 된다. 물리적 처리의 장점은 공정이 단순하고 운전비용이 낮으며, 유지관리가 비교적 쉬운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정화 기술은 눈에 보이는 오염물질만 제거할 수 있을 뿐, 용해된 유기물, 질소, 인, 세제 성분과 같은 용존 오염물질은 처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 하수처리장의 상당수는 1차 처리만으로는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고도 처리 기술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생활하수에는 앞서 언급한 미세플라스틱, 항생제,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같은 신종 오염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어, 기존의 1차 정화 방식으로는 이들의 제거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하천이나 호소로 방류되는 처리수가 여전히 환경 위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물리적 처리는 생활하수 처리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기본 과정이지만, 보다 깊이 있는 정화가 필요한 ‘전처리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생활하수를 정화하는 데 있어 1차 정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생물학적 정화 기술의 진화: 미생물을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

 

생활하수에 포함된 유기물과 질소, 인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는 바로 생물학적 정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미생물의 대사 작용을 활용하여, 폐수 속의 오염물질을 안정화된 물질로 전환시키는 친환경적인 처리 방법이다.

대표적인 생물학적 정화 기술로는 활성슬러지법, 순상성 생물막법, SBR(Sequencing Batch Reactor) 공정 등이 있으며, 각 기술은 미생물의 종류와 반응 조건, 유지관리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특히 활성슬러지법은 국내 대부분의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생물학적으로 쉽게 분해되는 유기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생활하수의 성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기존 생물학적 처리법도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질소와 인을 동시에 제거하기 위해 탈질-질산화 공정을 결합한 공정, 또는 혐기-호기 반응조를 교대로 운전하여 탈인효율을 높이는 방식 등이 등장했다. 이는 단순히 유기물만을 처리하던 초기 방식에서 벗어나, 총체적 수질 개선을 위한 다단계 생물학적 처리 기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농도 오염물에도 강한 내성을 가진 유전자 조작 미생물, 또는 바이오필름 기반 반응조가 연구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방식보다 더 높은 효율과 적은 슬러지 발생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기술적 진화는 생활하수 속 복합 오염물 제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고도정화 기술의 필요성과 미래 지향적 방향성

 

물리적, 생물학적 정화를 거쳐도 여전히 남는 미량 유해물질 제거를 위해서는 고도정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활하수는 점점 더 다양한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의 단순 정화 방식만으로는 수질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도정화 기술로는 오존 산화, 자외선(UV) 살균, 고급 산화공정(AOP), 활성탄 흡착, 막분리 시스템(MBR, UF, RO) 등이 있으며, 이들은 난분해성 유기물, 의약품 잔류물, 미세오염물질 제거에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MBR 시스템은 생물학적 처리와 막분리를 결합하여 공간 절약과 고효율 처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도시형 하수처리장에 적합하다.

고도정화 기술은 단순한 수질 개선을 넘어서, 생활하수의 재이용 가능성을 높이고 자원화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예를 들어, 처리된 하수를 농업용수, 냉각수, 세척수 등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수자원 부족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선진국에서는 고도정화를 통해 음용 가능한 수준의 재이용수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술력과 수질관리 능력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향후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와 수자원 부족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생활하수에 대한 ‘정화’ 중심에서 ‘재활용’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